아기는 왜 먼저 ‘노래 부르듯’ 소리를 낼까요? 노래와 말하기의 차이, 그리고 연결고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기를 키우시다 보면, 아기가 옹알이를 할 때 단순히 단어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짧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으실 겁니다. 실제로 아기는 말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멜로디’와 ‘리듬’이 담긴 소리를 냅니다. 이는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언어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적 감각을 타고나는 아기
언어학자와 음악학자들은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음악적 감각을 타고난다고 설명합니다. 생후 몇 개월 된 아기는 이미 엄마 목소리의 억양을 구별하고, 말 속에 담긴 리듬을 감지합니다. 아기가 옹알이를 할 때 음을 길게 끌거나 높낮이를 바꾸는 것은, 언어의 억양을 흉내 내는 동시에 음악적 표현을 실험하는 과정입니다.
즉, 아기가 먼저 ‘노래 부르듯’ 소리를 내는 것은 언어와 음악이 뇌 속에서 분리되지 않고 함께 발달한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은 아직 어려워도, 노래 같은 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노래와 말하기, 닮은 듯 다른 구조
그렇다면 노래와 말하기는 어떤 점에서 같고, 또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먼저 공통점부터 살펴보면, 둘 다 소리를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말하기는 단어와 문법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고,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 과정에서 뇌는 음의 높낮이, 길이, 강세 같은 운율적 요소를 처리합니다.
하지만 차이점도 분명합니다. 말하기는 보통 일정한 억양과 빠른 템포로 이어지지만, 노래는 음을 길게 끌고 일정한 박자에 맞추어 발화합니다. 또한 말은 의미 전달이 중심이지만, 노래는 의미와 더불어 감정과 미적 경험이 강조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기가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이 두 가지가 섞여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마~마~마~” 하고 부르는 소리는 특정 단어를 말하려는 시도이자, 동시에 짧은 멜로디 실험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언어와 음악이 뇌 속에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신경과학 연구에서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뇌의 브로카 영역(Broca’s area) 은 원래 언어 생성과 관련된 영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음악의 리듬과 구문 구조를 처리하는 데에도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Patel, 2008). 다시 말해, 아기가 ‘노래 같은 옹알이’를 하는 것은 언어와 음악을 동시에 배우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부모와 함께 만드는 말하기와 노래의 다리
아기가 언어와 음악 사이를 오가며 소리를 내는 시기에 부모님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아기의 언어와 음악 발달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선, 아기가 멜로디처럼 소리를 낼 때 부모님이 웃으며 같은 억양으로 대답해 주시면 아기는 더 자주, 더 길게 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이는 곧 발화 연습으로 이어집니다. 또 부모님이 노래하듯 짧은 동요를 불러 주시면, 아기는 그 안에서 반복되는 단어와 리듬을 통해 언어의 기본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노래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아이는 단어를 더 오래 기억하고 발음을 더 정확히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노래의 반복성과 운율이 학습을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부모님이 아이에게 말을 걸 때, 때로는 노래하듯 말하기(Infant-directed speech, 흔히 ‘엄마 톤’이라고 불리는 억양) 를 권장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기의 소리에 반응하고, 노래와 말하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과정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아기의 뇌 속에서 언어와 음악을 동시에 자극하는 소중한 교육의 순간이 됩니다.
아기는 말을 배우기 전에 노래 부르듯 소리를 냅니다. 이는 언어가 시작되기 전, 음악적 리듬과 억양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아기의 방식입니다. 노래와 말하기는 다르지만, 그 사이에는 분명한 연결고리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 다리를 건너는 아기를 곁에서 돕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십니다.
오늘 아기가 노래처럼 옹알이를 한다면, 그 소리를 그냥 흘려듣지 마시고 잠시 귀 기울여 보시겠습니까? 그 속에는 언어와 음악이 만나 빚어내는 아름다운 시작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