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알이는 단순한 소리가 아닙니다. 오늘은 아기의 옹알이와 음악적 리듬의 공통점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아기를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기의 옹알이를 가만히 들으시다가 미소를 지으신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아-우-에-오” 같은 모음 소리의 나열, 혹은 “바바바, 마마마”처럼 비슷한 소리를 반복하는 순간 말이지요. 이 소리는 단순히 무의미한 소음이 아니라, 언어 발달의 씨앗이자 음악적 리듬과 닮아 있는 신비로운 신호입니다.
언어학에서 옹알이
언어학에서는 옹알이를 babbling이라고 부릅니다. 생후 4~6개월 무렵 시작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옹알이는 아기가 본격적으로 말을 하기 전에 소리 실험을 통해 발성을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옹알이가 ‘언어’의 특징만 닮은 것이 아니라, 음악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아기는 옹알이를 할 때 단순히 소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리듬을 반복하거나 음의 높낮이를 바꾸면서 마치 멜로디처럼 구성하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대답해 주시거나 웃어 주시면 아기는 더욱 신이 나서 옹알이의 길이와 강약을 조절합니다. 이는 음악에서 청중의 반응을 보고 즉흥 연주를 이어가는 연주자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결국 옹알이는 아기가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첫 번째 언어이자, 동시에 음악적 표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옹알이와 리듬, 닮은 점을 찾아봅니다
음악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입니다. 리듬은 단순히 규칙적인 박자가 아니라, 반복과 변화를 통해 생명을 얻습니다. 흥미롭게도 아기의 옹알이에도 바로 이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아기는 옹알이 속에서 특정 소리를 반복합니다. “다다다다” 같은 반복은 마치 드럼이 일정한 박자를 유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곧 “다가, 다고, 다고고”처럼 소리를 변형하면서 리듬의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이는 단순히 발성을 연습하는 행위가 아니라, 음악에서 변주(variation)를 만들어내는 원리와 닮아 있습니다.
또한 옹알이는 억양(intonation)을 포함합니다. 같은 “아”라도 높낮이를 바꿔가며 부르면 마치 간단한 선율처럼 들립니다. 부모님이 옹알이에 반응하시며 말을 걸면 아기는 그 억양을 흉내 내듯 따라 하면서 리듬과 멜로디를 동시에 탐색합니다. 이렇게 반복과 변화를 통한 리듬 실험은 아기가 언어를 배워 가는 동시에 음악적 감각을 기르는 과정이 됩니다.
신경과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아기의 뇌에서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과 음악을 담당하는 영역은 상당 부분 겹쳐 있습니다. 특히 청각 피질(auditory cortex) 은 언어의 억양과 음악의 멜로디를 동시에 처리합니다. 그래서 아기가 옹알이를 하며 억양과 리듬을 조율할 때, 그것은 단순히 말하기의 준비가 아니라 음악적 패턴을 몸으로 체득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언어와 음악을 별개의 능력으로 여기지만, 아기의 옹알이를 들여다보면 두 능력은 처음부터 함께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와 함께 만드는 작은 교향곡
옹알이가 음악적 리듬을 닮았다면, 부모님의 역할은 마치 반주자 혹은 청중에 가깝습니다. 아기는 반응이 있을 때 더 활발히 옹알이를 이어가며, 부모님이 눈을 맞추고 웃어 주시거나 비슷한 소리로 답하면 옹알이는 더욱 다채롭게 발전합니다. 이 과정은 일종의 ‘즉흥 합주’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바바바” 하고 소리를 내면 부모님이 “바바바, 하하하” 하고 따라주시면, 아기는 다시 웃으며 다른 리듬을 시도합니다. 이렇게 주고받는 소리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아기 뇌 속에서 언어와 음악을 동시에 자극하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부모님이 노래하듯 대답하면 아기는 억양을 흡수하고, 박수나 손짓을 곁들이면 리듬을 느낍니다.
더 나아가, 자장가나 간단한 동요를 부르시면서 아기의 옹알이에 반응해 주시면 효과는 배가됩니다. 부모님의 목소리는 그 어떤 악기보다도 강력한 음악적 자극입니다. 낯선 멜로디보다도, 아기가 익숙하게 들어온 부모님의 음색은 안정감을 주면서 동시에 새로운 발화를 유도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기는 언어의 기본 구조뿐 아니라 음악적 감각까지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옹알이는 곧 사라질 것 같은 짧은 시기이지만, 이 순간을 소중히 기록하고 귀 기울이신다면 부모님과 아기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이 됩니다. 언어의 첫 걸음이자 음악의 첫 연주를 함께 경험하는 시간, 그것이 바로 옹알이가 가진 아름다움입니다.
아기의 옹알이는 그저 귀여운 소리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반복과 변주, 억양과 리듬이라는 음악적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옹알이를 통해 아기는 언어의 기초를 쌓는 동시에 음악적 감각을 키워 갑니다.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호흡하는 부모님은 아기의 첫 번째 청중이자 반주자가 되어 주십니다.
오늘 밤, 아기의 옹알이가 들리신다면 잠시 멈추고 귀 기울여 보시겠습니까? 그 속에서 우리는 언어와 음악이 만나 빚어내는 작은 교향곡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