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이에게 말을 걸 때 사용하는 말투와 억양, 그리고 감정 표현은 단순히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아닙니다. 사실 그 뿌리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들었던 언어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의 ‘어린 시절 언어’가 육아에 스며드는 순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무의식 속에서 흘러나오는 언어의 기억
어떤 부모는 아이가 실수했을 때 “괜찮아, 다시 하면 돼”라는 격려를 자연스럽게 내뱉습니다. 반면 또 다른 부모는 무심코 “왜 또 그렇게 해?”라는 말부터 튀어나옵니다. 이 차이는 부모가 특별히 생각해서 고른 단어라기보다는, 어린 시절 자신이 자주 듣던 말과 억양이 무의식적으로 되살아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들은 이를 ‘언어 기억의 전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린 시절 반복적으로 들었던 언어 패턴은 뇌 속 깊이 저장되어 있다가, 부모가 되어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자동적으로 활성화됩니다. 결국 부모의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감정 코드이자 양육의 DNA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의 어린 시절 언어가 현재 육아에 미치는 영향
부모가 어릴 적에 들었던 언어는 구체적으로 육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까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말투와 억양의 전승
사람은 말의 의미뿐 아니라 억양, 리듬, 속도까지 그대로 흡수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가 다정하게 부드러운 톤으로 이야기했다면, 그 아이는 커서 자기 자녀에게도 비슷한 톤을 사용합니다. 반대로 꾸중이나 비판이 날카로운 억양으로 자주 반복되었다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같은 억양을 쓰게 됩니다. “엄마(아빠)가 나에게 하던 말투가 어느 순간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는 경험을 많은 부모들이 공감합니다.
(2) 감정 표현의 습관화
감정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지는 문화와 가정 분위기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어린 시절 칭찬을 많이 듣던 사람은 아이를 키우며 “잘했어”, “멋지다” 같은 긍정적 언어를 쉽게 사용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말이나 비난을 자주 들으며 자란 사람은 “또 왜 그래?”, “안 돼” 같은 말이 더 익숙합니다. 이렇듯 부모의 언어 습관은 감정 표현의 패턴을 형성해 아이의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3) 무의식적인 언어 반응
육아는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기에, 부모는 종종 무의식적으로 반응합니다. 아이가 컵을 엎지르거나, 이유 없이 떼를 쓸 때, 부모의 입에서는 본능처럼 어린 시절에 들었던 말들이 튀어나옵니다. 이 무의식적인 언어는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결국 아이의 언어 습관에도 반영됩니다. 즉, 부모가 어릴 적 들은 언어가 손주 세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세대를 잇는 언어, 바꾸고 채워나가기
부모의 어린 시절 언어가 그대로 전해진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의미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다정한 말투, 자주 들었던 격려의 언어, 친근한 애칭 같은 것들은 그대로 아이에게 좋은 자산이 됩니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부정적 언어 습관일 때입니다.
(1) 인식하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언어를 자각하는 것입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투를 쓰고 있을까?”, “내가 자주 쓰는 말 중에서 어린 시절에 들었던 건 무엇일까?”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루 동안 아이에게 건넨 말을 메모해보거나, 배우자와 서로의 언어 습관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전환하기
만약 자신이 무심코 “안 돼”, “그만해” 같은 단어를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안 돼” 대신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아”처럼 대체할 수 있습니다. 즉, 부정적인 언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3) 새로운 언어로 채워 넣기
부모가 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듣지 못했던 말들을 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채워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컨대 “사랑해”, “너라서 좋아”, “고마워” 같은 따뜻한 표현은 의도적으로 자주 사용하면서, 아이의 언어 환경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이는 부모 자신에게도 치유적인 경험이 됩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 부족했던 부분을 아이에게 채워주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마음도 다시 자라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와 나누는 말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언어의 고리입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듣고 배운 언어가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와 아이에게 전해지고, 그 아이는 또다시 그 언어를 세상 속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는 곧 아이의 세계를 빚어내는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언어를 이어가고 싶은가입니다. 부정적인 습관을 그대로 답습할 수도 있고, 새로운 언어로 바꿔내며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언어를 성찰하고 조금씩 조정하는 순간, 아이의 세상은 더 따뜻하고 건강한 언어로 채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