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하루하루가 감정의 파도 위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부모의 감정 언어 데이터화 : 하루 동안의 작은 실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건넨 말, 그 속에 숨어 있는 감정들
아이가 잠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다시 잠드는 시간까지, 부모는 끊임없이 말을 걸고 반응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에게 건네는 말 속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요?
보통은 아이가 웃으면 따라 웃고, 울면 달래주고, 화내면 혼내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갑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가 사용하는 단어들, 특히 감정을 담은 단어는 아이의 정서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기뻐”, “좋아”, “고마워” 같은 긍정적인 감정 언어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반대로 “속상해”, “짜증나”, “화났어” 같은 단어는 아이에게 긴장감이나 두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 동안 부모가 사용하는 감정 단어의 양과 성격을 기록해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저는 작은 실험을 통해 스스로의 언어 습관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하루 동안의 감정 언어 기록과 분석
이 실험은 아주 간단합니다.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제가 아이에게 한 대화 속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단어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밥 먹자”처럼 중립적인 표현은 제외하고, “기분 좋아?”, “엄마 속상해”, “대견하다”, “짜증나”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만 기록했습니다.
기록은 시간대별로 나누었고, 감정을 긍정·부정·중립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아침 (07:00~09:00)
긍정: “잘 잤어?”, “좋아”, “엄마 기분 좋다” → 6회
부정: “서둘러야 해”, “늦겠다” → 3회
중립: 없음
낮 (10:00~15:00)
긍정: “참 잘했어”, “대단하다”, “멋지네” → 12회
부정: “조금 속상해”, “짜증나” → 5회
중립: “괜찮아” → 2회
저녁 (16:00~21:00)
긍정: “사랑해”, “기뻐”, “고마워” → 8회
부정: “그만해”, “화났어” → 7회
중립: 없음
총합을 내보니, 긍정적인 감정 언어는 26회, 부정적인 감정 언어는 15회, 중립적인 표현은 2회였습니다. 비율로 환산하면 긍정 60%, 부정 35%, 중립 5% 정도였는데, 예상보다 부정적인 언어가 많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특히 저녁 시간이 되면서 긍정보다 부정적인 단어 사용이 늘어난 것은 제 피로도가 아이와의 대화에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할 때 아이의 반응이 훨씬 더 즉각적이고 활발했다는 것입니다. “참 잘했어!”라는 말에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지만, “짜증나”라는 말에는 대체로 대꾸가 없거나 위축된 표정을 보였습니다.
감정 언어가 남긴 깨달음과 작은 실천
이 실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단순합니다. 부모의 감정 언어는 아이의 하루를 빛나게도 하고 무겁게도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감정이 담긴 신호로 받아들이며 자라납니다. 부모가 습관처럼 내뱉는 부정적인 단어는 아이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고, 반대로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단어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정서적 안정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인 말만 할 수는 없습니다. 육아는 현실이고, 부모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긍정과 부정의 균형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화를 낸 후에 “엄마가 아까 화내서 미안해. 엄마는 네가 소중해”라는 식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다시 긍정적인 언어로 덮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하루 동안의 감정 언어를 기록해볼 계획입니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 언어 습관의 패턴을 분석하고, 긍정적인 표현을 늘리기 위한 작은 실천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고마워”, “대견해”, “엄마는 행복해” 같은 말을 의식적으로 늘려보는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하루 동안 아이에게 건넨 말을 기록해보시길 권합니다. 단순한 실험 같지만, 의외로 많은 깨달음을 안겨줄 것입니다. 부모의 언어는 결국 아이의 언어가 되고, 그 언어는 아이의 세상을 빚어내니까요.